[천자칼럼] 23년만에 완공된 강정기지

입력 2016-02-24 17:57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까마귀쪽나무는 높이 7m가량의 상록활엽수다. 한국의 남부 지방에서 흔하다. 일본에도 많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품종은 아니다. 사전을 봐도 관상용으로도 심고 열매는 먹기도 한다는 평범한 소개들이다. 주로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란다. 이 나무의 제주 말이 구럼비다. 서귀포 서쪽 해안의 강정마을에는 구럼비 바위라는 지명도 있었다. 이곳은 구럼비 해안으로도 불렸다. 구럼비 나무가 자생해서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제주의 여느 바닷가 같은 이곳에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된 것은 1993년. 무역대국 한국의 교역 물동량 중 99.7%가 바닷길로 드나들고, 그 대부분이 제주 해역을 지난다는 현실이 감안됐다. 가령 이어도 해역에 무슨 상황이라도 발생할 경우 부산에 있는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동하면 13시간, 가장 가까운 목포에서도 8시간 걸리지만 제주도엔 군함 한 척 둘 곳이 없었다.

하지만 기지 반대는 끈질겼고 집요했다. 구럼비바위 보호가 구실이었다. 제주도 해안이 실상 하나로 이어진 암반이라는 지적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첨단공법 설득도 들어설 틈이 없었다. 온갖 환경단체가 몰렸고 가톨릭 성직자까지 가세했다. 공사지 주변의 땅 소유자와 비소??요구가 달랐고, 어민과 해녀들 입장이 또 달랐다. 2002~2005년에만 주민간담회 언론토론회가 100차례 이상 열린 배경이다. 2006~2007년에도 주민설명회 공청회는 열 번도 더 열렸다. 노무현 정부(2007년 6월) 때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됐으나 여전히 난항이었다. 결국 15개월 뒤 ‘군항+크루즈 기항지’의 민군복합형 관광항으로 절충됐다.

그러고도 무수한 공사방해와 소송전, 행정대집행에 구상권 행사가 반복된 끝에 드디어 내일 준공식을 거행한다. 23년이나 걸린 국책사업이다. 이제 평범한 바닷가 한촌에 국내 최대의 방파제가 신명승지로 우뚝 섰다. 2.5㎞에 달하는 방파제는 크루즈선 전용으로 15만t급 두 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민간에 전면 개방되고 배앞까지 대형 관광버스도 들어간다. 해수면위 19m 높이의 ‘바다장성’에서 제주바다 보기는 새로운 체험거리가 될 것 같다. 총 2.4㎞의 계류 부두는 해군과 해경 함정용이다.

엊그제 대법원이, 그동안 현장에 진입해서 공사를 막았던 소위 환경운동가 3명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사반세기 만에 완공된 공사도, 3년 반 만의 판결도 모두 너무 늦었다. 아무쪼록 하와이의 진주만같이 안보와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명소로 자리잡길 바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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